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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29. 12:06

차를 아끼는 비결




  아직도 생생합니다. 

순결함 그 자체였지요. 처음 본 순간 말을 잊었습니다. 만져볼 생각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찼습니다. 황홀했습니다. 누구의 손때도 타지 않고 한 점 더러움 없이 온통 깨끗함으로 빛나고 있는 모습. 타이어의 옅은 흙먼지까지 사랑스러웠습니다. 첫눈에 반한거지요. 오래 오래 아끼며 타야지 몇 번이고 마음먹습니다.



   언젠가 그 흥이 깨지는 최초의 날은 오고야 맙니다. 

크든 작든 그 순결함에 금이 가는 거죠.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문짝에서 실지렁이 같은 상처를 발견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그 실지렁이 같은 게 클로즈업되면서 모든 것이 멈춘 듯 했습니다. ‘이건 상처가 아닐 거야. 거미줄이 붙은 거 아닐까?‘ 눈을 의심하며 떨리는 손끝으로 건드려본 순간 말을 잊었습니다. 슬픔, 분노, 원망, 좌절, 후회.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아끼며 탔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허공에 대고 한참 욕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밥은 그저 밥일 뿐인데 그날 저녁은 밥 한술 뜨기도 어려웠습니다. 



   차에 상처가 났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속은 무척 상한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발목을 잡습니다. 아예 도장이 벗겨지거나 찍힌 것이라면 당연히 전문샵에 맡기겠지만 그만큼 심하지는 않으면서 그렇다고 직접 해볼 수도 없는 상황이 문제가 되죠. 상처를 볼 때마다 마음은 쓰이지만 우선은 그냥 두기로 하고 상처들이 더 생기면 그때 한꺼번에 맡기는 걸로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그런데 방치된 작은 상처들이 하나 둘 늘다보면 마음이 점점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어느 날 다른 차가 비비고 간 흔적을 발견하거나 후진하다 기둥을 들이받아도 아무렇지 않은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쯤 되면 차 열쇠를 처음 쥔 날의 약속은 더 이상 지키기 어렵겠지요.



   이런 점에서 ‘깨진 유리창 이론’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론입니다.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에 발표한 이 이론은, 어느 날 건물의 유리창 하나가 깨졌을 때 빨리 갈지 않고 오래 방치할 경우 아무도 건물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해, 깨지는 유리창은 점점 더 늘어가고 건물은 더욱 망가져 결국 건물이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이론입니다. 작은 허점이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지요. 뒤죽박죽된 실타래의 뒤엉킴도 처음 한 가닥의 엉킴에서 시작되었듯 찌그러지고 긁히고 벗겨져 만신창이가 된 차도 그렇게 되기까지의 작은 시작은 있기 마련입니다. 





   동네를 한 바퀴 슬렁슬렁 돌아다녀봤습니다. 

눈물자국처럼 시멘트물이 아래로 길게 굳어 있는 차, 문짝이 여기저기 찍혀 있는 차, 한 귀퉁이만 빼고 범퍼가 모두 무언가에 쓸려 있는 차, 새똥이 총알 맞은 자국처럼 여기저기 굳어있는 차도 보였습니다. 상처가 이제 막 하나둘씩 모여 가는 차에서부터 이미 만신창이가 된 차까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차라는 것은 원래 이런 것이다”라고 처음부터 생각하는 분들의 차라면 저는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껴주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 하나둘 놔두었더니 어느새 그렇게 돼버렸다라고 말씀하실 분이 적어도 한 분은 있을 것이기에 저는 그게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차를 오래도록 아끼며 타는 비결은, 작은 상처들을 어떻게 돌보는냐에 달려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지만 사소한 문제들이 생길 때마다 전문샵으로 달려가는 것이 그리 녹녹치는 않습니다. 작은 상처들을 다루는 법, 아주 쉽지는 않아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희망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운전을 배우는 것보다는 훨씬 더 쉽습니다. 알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닌데 지레 겁을 먹고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고,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요령을 몰라 결과가 시원치 않은 경우도 있겠지요. 알맞은 도구와 요령만 있다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상처를 꿰뚫어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어디까지가 복원할 수 있는 최선이냐!  최선의 기준은 상처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결과가 감쪽같을 수도 있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흉터처럼 흔적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 판단하는 눈이 바로 상처를 꿰뚫어 보는 눈입니다. 흉터가 조금 남았다고 실패라 할 수 없고 그 상처가 가진 한계일 뿐입니다. 그 흔적은 더 이상 상처의 흔적이 아닙니다. 아낌의 흔적이고, 최선의 흔적이자 노력의 흔적이지요. 처음의 다짐은 그렇게 계속 지켜지는 겁니다. 상처를 꿰뚫어 보는 눈은 처음부터 가질 수는 없지만 경험이 쌓이면 저절로 갖게 되는 눈이니 조급히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알맞은 도구와 요령에 대해서 그리고 상처를 꿰뚫어보는 눈을 갖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또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